Page 147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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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파괴돼  버렸어요.
             뒤에서는 패잔병들이 총을
             쏘며  쫓아왔어요.  피난민

             들의  재물을  뺏으려고요.

             우리는  꼼짝없이  헤엄칠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극
             한 상황에서는 제 생명,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게 참으             사진 2. 6.25전쟁 당시 고난의 피난길.

             로 어려워요.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이 없어요. 그때도 학생 때 익힌 수영 실력으로 강을 건넜지요.
             이렇게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어요.



             ▶ 부산까지 가는데 얼마나 소요되었나요?

               다시 남쪽으로 현풍, 화원 가는 길로 들어서 역시 똑같이 밥 조금씩 얻
             어먹으며 노숙해 가면서 영산靈山이라는 곳에 도착했어요. 지금 부곡온천

             있는 그 근방인 거 같네요. 여기서 비로소 대엿새쯤 좀 쉬었어요. 그 동안

             피난길은 그저 걷고 자기만 반복했지, 쉴 엄두를 못 냈는데, 비로소 며칠
             쉬었어요. 이후 김해를 거쳐 부산에 도착했어요. 아마 원산에서 부산까지
             두 달쯤 걸리지 않았나 싶어요.




                아수라장 같았던 국제시장


               부산은 전국에서 피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 솥에 뭐 끓이듯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동국대학교도 이곳에 피난 왔지요. 저 일본 절은 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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