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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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오매일여에  회의
             적 태도를 보이기는 수행자들
             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요원한

             경계이기 때문이다. 성철스님

             생전에도 선승들이 찾아와 “공
             부를 해 보니 일여한 경계를 차
             츰차츰 맛보게 되는데 오매일

             여는 도저히 되질 않습니다. 그

             거 혹시 스님만의 주장은 아닙
             니까?”,  “스님이  말씀하시는            사진 5. 대혜종고 스님.
             견성은 하늘의 별처럼 아득해

             감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라는 등의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또 아예 오

             매일여를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정신일
             때 바로 깨쳤으면 되지 오매일여가 뭐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매일여는 참으로 입이 벌어지고 기

             가 막히는 경계다. 동정일여도 아니고, 몽중일여도 아니고, 숙면 중에 한

             결같은 화두라니! 좌복에 앉기만 하면 산란한 잡념과 무거운 혼침이 무한
             릴레이를 하는 상황에 있는 대부분의 수행자들로서는 용기가 꺾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오매일여의 법문은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성

             철스님은 오매일여를 향해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뿌듯

             해하는 어떤 경계가 있다면 그것이 동정일여인지, 몽중일여인지, 숙면 중
             에 한결같은 오매일여인지 점검해 보라고 했을 뿐이다. 원래 목적과 지향
             을 세우면 삶이 헛돌고 공부가 헛돌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오매일여를 지향

             하며 애쓰는 대혜스님을 향해 원오스님은 “쉬어라! 쉬어라! 망상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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