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P. 36
건임을 확인할 정도의 기록은 충분하다. 성철스님이 인용한 것처럼 설암
스님, 원오스님, 대혜스님, 고봉스님과 같은 최고의 고승들이 자신이 체험
한 바를 가감 없이 기술하면서 오매일여의 관문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에 대한 국가고시 시험문제였던 나옹스님의 오매일여
특히 우리는 고려조 나옹스님이 「공부10절목工夫十節目」에 오매일여를
점검 항목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 「공부10절목」은 공민왕
때 실시된 공부선功夫選, 즉 참선으로 깨달은 도인의 선발을 위한 과거시험
에 출제된 시험문제였다. 열 개의 항목이 모두 질문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
는 것은 그것이 시험문제였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이 오매일여론의 마지막
결론격으로 인용한 해당 항목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공부가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중간에 끊어지는 일이 없으며
깨어 있거나 잠자거나 항상 한결같아지면(오매일여) 건드려도 흩어
지지 않고 쓸어내도 사라지지 않게 된다. 그것은 마치 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보면서 핥으려 해도 핥을 수 없고,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일과 같다. 이때 어떻게 하면 말끔히 매듭지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나옹스님은 깨달은 도인을 선발하는 과거시험에서 오매일여
의 경계를 물었던 것이다. 성철스님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종문의 철칙’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도인을 선발하는 국가고시의 시험문제에 포함될 수 없
었을 것이다. 이 공부선 과거는 실제로 시행되었고 고려조의 마지막 국사
에 책봉되는 환암혼수 스님이 막힘없는 대답으로 유일한 급제자가 된다.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