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P. 50
1985년 무렵 고우스님의 후임으로 축서사의
주지를 맡은 무여스님은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
하여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다가 이 무렵 축서사
로 왔다. 무여스님은 산중 오지의 문수산 축서사
에 불사 원력을 세우고 대작불사를 성취하고 선
원도 열었다.
사진 1. 고우스님 뒤에 주지를 각화사 동암에서 『단경』을 보고 깨닫다
맡아 축서사를 중창한
무여스님.
고우스님은 축서사를 떠나 지리산 천은사, 수
덕사 등 제방 선원을 유력하다가 1987년 무렵 봉화 춘양 태백산 각화사 동
암으로 가서 정진하게 되었다. 태백산 동암은 각화사에서 동쪽 산 위에 있
는 작은 암자로 근세에 많은 수행자들이 거쳐 간 빼어난 수행처다. 법주사
조실을 지낸 금오스님을 비롯하여 종정을 지낸 혜암스님, 법전스님이 동
암에서 정진하신 분들이다.
어느덧 오십이 된 고우스님은 태백산 동암에서 혼자서 정진하던 어느 날
부처님을 모신 법당 겸 선방에서 좌선하다가 너무 피로를 느껴서 좌복 위
에 그냥 누웠다. 대중이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없지만 혼자 있으니 누워서
좀 쉬려고 하는데 올려다보니 부처님이 내려다보고 계셨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일어나 옆에 붙은 지대방으로 가서 쉬려고 누웠다.
무심코 머리맡에 책이 한 권 있어 집어보니 『육조단경』이었다. 『단경』을
펼쳐 보던 중 우연히 「정혜불이품」 중에 “정定과 혜慧가 둘이 아니다. 정과
혜가 하나가 되어도 비도非道다.” 하는 구절을 보고는 벼락이 치는 듯한 충
격을 받고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동안 스님은 ‘정과 혜가 하나가 되면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