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P. 52
의 궁극적인 깨달음 자리, 구경각究竟覺 자리
를 말한다. 이것이 정과 혜가 하나가 된 자리
이다. 즉 선정과 지혜가 하나가 된 자리를 백
척간두, 백척 장대 위로 비유한 것이다.
그렇지만 백척간두 진일보라 함은 백척
장대 위에 머물러 있으면 깨달음이 아니다.
선정과 지혜가 하나가 되어도 도가 아니다.
하나가 되어 통류해야 한다. 통하여 흘러야
사진 3. 『육조단경』을 보고 깨달은 고 한다는 말이 바로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
우스님의 단경 강설 책 표지.
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때 비로소 고우스님은 부처님이 깨친 중도中道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
었다. 공空에 대한 작용, 작용과 비작용을 이해하게 되니 남과 비교하지 않
게 되었고, 경계에도 휘둘리지 않는 본래 그 자리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고우스님은 그 동암의 깨달음이 확철대오는 아니라고 당시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정혜定慧가 하나된 그 자리에서 어떤 경계든 자유자재하게 되었
다. 느낌이 트인 것이다. 확철대오의 깨달음은 아니었다. 깨치면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경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서 깨치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안다. 깨쳤는지 못 깨쳤는지는 경계에
휘둘리고 시간에 지배당한다면 깨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깨치지는 못해도 그 후로는 선어록을 보니 재미가 있고, 이
해 안 되던 것이 다 이해가 되고, 화두도 알음알이로나마 알게 되
었다. 그렇지만 화두를 다시 들었다. 다른 화두는 다 알겠는데 딱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