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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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육조스님 열반 1300주년 기념으로 『육조단경』을 강의하시는 고우스님. 2013년 총무
원 국제희의장.
체험을 깨달음, 돈오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
었다.
고우스님은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심원사 이후 동암까지 스스로의 공부
를 점검해 보았다. 과연 심원사에서 공을 체험하여 깨달았다고 돈오했다
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욕망과 화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았다. 지금까지는 돈오점수 공부를 했으니 남아 있는 욕망과 화도 점차 없
애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깨닫고 도인이 되었으니, 욕망이나 분노가 어쩌
다 일어나더라도 전생의 습기 때문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
런데 지금의 안목으로 점검해 보니 그것은 부처님께서 알려주신 위없는 바
르고 평등한 깨달음, 무상정등각이 아니라 깨달음의 체험 정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고우스님은 이것을 좀 정리해서 그동안의 혼란을
바로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하여 고우스님은 동암에서 해
제를 하고는 각화사 서암西庵으로 가서 바랑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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