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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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의식에서 일어난 일종의 착시적 망상
(optical delusion)에 불과합니다. 이런 망상에서 자유스러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된 종교가 추구해야 할 화두입니다.” 6)
일곱째, 동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
침은 우리가 하늘을 우리 속에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 우리 속에 있
는 하늘이 곧 우리 자신이기에 우리 인간과 하늘이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
는 인내천人乃天이 바로 그것입니다.
불교에서의 ‘하나’
이상에서 ‘하나’를 강조한 사상가나 종교 전통을 이야기했지만, 무엇보
다 하나를 강조하는 종교는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유명한 『십우도』의 아홉 번째 그림이 수행으로서는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반본환원反本還源’입니다. 이제 나와 우주, 그리고 우주 안에 있는 모
든 것이 하나임을 깨닫는 단계입니다. 『유마경』에 나오는 ‘불이不二’라는
7)
말도 생각납니다. 이는 분리와 대립을 초월하는 경지, 어느 면에서는 하나
라고도 말할 수 없는 절대 침묵의 경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화엄경』과 화엄종에서 말하는 ‘법계法界 Dharmadhātu’라는 것도 영어
로 보통 ‘the realm of elements’라고 번역하는데,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전일적全一的 바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신학자 폴 틸리히
Paul Tillich가 절대적인 신을 가리켜 ‘존재의 바탕( the Ground of Being)’이라
6) 나오미 레비 지음, 최순님 옮김, 『아인슈타인과 랍비』, 29~30쪽 참조.
7) 오강남·성소은 지음,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판미동, 2020), 226~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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