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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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화두를 타파해서 확철대오廓徹大悟 했을 때, 그게 진정한 해제입니다. 타
파칠통打破漆桶을 해야 합니다. 90일을 지내고 백중이 되면 해제라고 해서 정
진하는 마음을 늦추지 말고 계속해서 정진해야 합니다.”
해제한 이후 석 달 동안을 산철이라고 합니다. 산철에도 정진을 멈추지 말
아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구석진 기둥 옆에 앉아서 해제법문과 법거량을 보
면서 속으로 “아! 처음 부모 밑에 있던 세계, 피난 올 때 그 아수라 같고 지
옥과 같았던 세계, 이 백암산 선암사에는 듣거나 보거나 경험해 보지도 못
한 또 다른 세계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조실 향곡스님과 수좌스님의 법문 거량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내 마음
에도 그야말로 두 분이 진검을 가지고 생명을 걸고 하는 싸움으로 느껴졌습니
다.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내 가슴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런 세계가 또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보고 눈을 떴어요. 그리고 “이제 망설임 없다.
여기서 시작해서 일생 이 길을 가는 걸로 내 일생 정한다.” 무슨 설명이나 이유
그런 거 필요 없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고 그런 결심을 했어요.
법문이 끝난 다음에 부처님 전에 백중 시식을 끝내고 대중공양을 했어
요. 절이 좁으니까 법당에
도 상을 놓고, 마당에도 상
을 놓고 모두 함께 공양하
는데 나도 끼어서 점심을
했어요. 그랬더니 얼마 있
다가 나를 인도해 준 천한
행 보살님이 불러요. 참선
안거한 대중 가운데 대여섯
사진 2. 선암사 동안거 직후의 수행대중. 향곡, 석암, 지월, 인
명이 향곡스님 상좌들이었 환(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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