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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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요. 부목방에 갔더니 좀 험하게 생긴 분들인데 반갑게 맞아 줍디다.
그들이 말하길 젊은이들이 절에 있겠다고 찾아오지만 며칠 못 버티거나 한
두 달 있다가 간다고 하더군요. 속으로는 너도 오래 있겠냐 뭐 그런 생각
이었겠지요. 그들 사이에 끼어 자고 다음 날 아침 뭐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어젯밤에 서 있던 그 나무 밑에 또 서 있었어요.
나무하고 밥하는 행자생활
석암스님이 지나가다가 나를 보시고는 “어, 이 사람이 아직도 이러고
있나? 절에 있으려면 공밥 먹어서는 안 돼. 부목들 따라서 뒷산에 나무하
는 일을 같이 해라.”고 하시더군요. 즉시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갔어요. 부
목들과 같이 소나무 가지들을 적당하게 잘라 짊어졌어요. 이제 한 반쯤 내
려오니까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그만 비탈길에서 꼬꾸라졌어요. 부축받아
겨우 일어나니 정신이 까마득해요.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어요. 이렇게 산
에 나무하기를 한 보름
가까이 했어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석암
스님이 부엌일을 하라
고 하셨어요. 이 말은
이제 절에 있어도 된다
는 허락이지요. 소림선
사진 4. 부산 선암사 삼층석탑(부산광역시 보물 53호). 방 옆에 큰 부엌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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