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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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부산 백양산 선암사 전경.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는 학생하기 나름이요. 이 선방에서는 절에 들어오
겠다고 하는 사람 안 받아주거나 안 가는 사람을 억지로 내쫓는 일도 없을
것이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학생이 하기 나름이다.”
보살님이 내려가고 법당 앞 큰 은행나무 밑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지
요. 그때 한 스님이 오셔서 “이 사람 집에 가야 하는데 왜 가지도 않고 이
리 서 있나?” 그래서 나는 “절에 있을라고 왔습니다.”라고 답하니 “그러믄
저 뒤쪽에 부목방負木房이 있는데 거기 가서 하룻밤 같이 자거라.” 그래요.
그 스님이 절의 감사監寺를 맡고 계신 석암스님이셨어요. 향곡스님이 선암
사의 주지 겸 조실스님이었지만 절에는 초하루와 보름, 한 달에 두 번 있
는 법회 때 와서 법문만 하고 내려가셨어요. 그래서 석암스님이 감사로서
절의 살림살이를 맡으셨지요.
▶ 절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구요?
부목은 절의 일꾼이지요. 산에서 나무해 오던지, 채소를 가꾸는 등 온갖
일을 해요. 그때 선암사의 논이 절 밑에 있었어요. 절에는 부목이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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