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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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지금 대구 여여선원의 혜운스님, 혜욱스님, 그 다음에 혜안스님 또
혜주스님 등 그 외에 또 각처에서 모인 참선 수행자들이 있었어요. 조실스
님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지요. 향곡스님은 공양 끝나고 혼자
방안에 계시는데 여전히 몸을 흔들흔들하고 앉아 계시더군요.
▶그렇게 향곡스님과 첫 대면이 이루어졌군요?
천한행 보살님이 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자기가 하는 것을 보고 따
라서 큰절을 하라고 해요. 보살님이 하는 대로 따라서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삼배를 하고 앉았지요. 보살님이 선암사 선방도 시주를 많이 하고 향곡스
님 하고도 인연이 깊은 분이었어요. “스님, 이 학생이 불도를 닦겠다고, 스
님이 되겠다고 해서 제가 안내해 왔습니다. 스님께 인사 올리려고 왔습니
다.” 그랬더니 큰 몸을 여전히 흔들흔들 하시면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
니 굵직하고 괄괄한 목소리로 “니 뭐할라고 중노릇 할라카노? 허허허.” 하
시면서 심한 사투리로 물었습니다.
아마 스님께서 나를 볼 때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였기에 건방기가
있어 보였을 겁니다. 머리를 길렀을 당시 머리는 곱슬머리였고, 피난 간다
고 어머니가 제일 좋은 옷을 입혔거든요. 지금처럼 안경이 흔치 않은 시절
인데 금테 안경까지 쓰고 있었지요. 생긴 모양을 보아하니 절에 들어온들
얼마나 붙어 버틸 수 있겠느냐고 보셨을 수도 있지요. 그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처럼 “네. 그 창천, 창천 하시는 것 알아보고 싶어서
절에 있으려고 합니다.” 그랬지요. 스님은 더는 말씀을 안 하고 그냥 앉아
흔들흔들 몸을 흔들고 계셨어요. 그러니까 노보살님이 옆구리를 쿡 찌릅
디다. 그래서 인사하고 나왔지요.
저녁 무렵에 보살님이 다시 날 불러요. “내가 여기까지 안내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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