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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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선암사 행자시절을 회고하는 인환스님.
스님인데 나이 60 가까울 때까지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주로 공양주를 하
셨다네. 한 번은 어느 노장님이 선방에는 이 없는 사람도 많으니 되지 않
게 조금 물기 있게 밥을 하라고 했다네. 그래서 그다음엔 조금 묽게 밥을
했단 말이여. 그랬더니 젊은 스님들이 와서는 무슨 밥을 그렇게 죽밥을 했
냐고 야단을 치더란 말이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님이 이제 공양주 하
는 것도 내게는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네. 그래서 이튿날 점심 공양 때
는 밥을 세 가지로 지었어. 아주 질게 노인들도 편히 잡술 수 있게, 또 하
나는 아주 고들고들, 그다음에 중간으로 지었어. 이 세 가지를 큰 방에
다 놓고는 오늘은 내가 재주껏 밥을 세 가지로 지어서 올리니 입맛 닿는
대로 드시오. 하하, 이제 나는 갑니다.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네.” 선방에는 노소가 함께 있어 밥 하나라도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
다는 말씀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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