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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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1977년 여의도 광장 연등법회.
엄 등을 들고 가는 몇몇 사람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는 져서 점점 어두워지고 애오개 고개를 지나 종근당 앞을 지나는데
저 앞에 한 노스님께서 혼자 등을 들고 걸어가고 계셨습니다. 소납도 이미
지쳐 있었지만 송구스러운 마음에 등이라도 들어 드릴까 하고 다가갔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 노스님은 뜻밖에도 모든 종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
고 계신 석주 큰스님이셨습니다. 무안한 마음에 머리를 크게 숙여 “해인사
백련암의 원택입니다.” 하고 인사를 올리니, 큰스님께서 물끄러미 바라보
시다가 생각이 나셨는지 “아! 그렇군! 멀리서 제등행렬에 참가하러 왔구
먼.” 하며 반가워하셨습니다.
뒤에서 모시며 서대문 로터리 쪽으로 내려오니 “내 혼자 천천히 갈 테니 먼
저 조계사 가서 행사를 잘 마치시게. 어서 가 어서.” 하며 독촉을 하셨습니다.
몇 번을 “모시고 가겠다.”고 말씀드려도 “빨리 가라.”는 당부만 하셔서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며 제등행렬을 마쳤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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