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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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보리수열매(포리똥).
두르고 말간 청포도를 바라보며 절대로 멍상이 아닌 명상을 하며 산다는
귀농 3년차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거센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품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자리가 부럽기만 합니다.
지난 봄날에 찾았던 두곡산방은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는 기별
이 왔고, 녹음으로 가득할 두곡산방의 풍경이 그리워졌습니다. 이탈리아
에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작자 미상의
단가 ‘사철가’가 있습니다. 꽃 피는 봄보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초입이
더 경치가 좋다고 노래하는 사철가의 한 대목을 흥얼거리며, 비발디가 노
래한 여름도 함께 감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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