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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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다고 했습니다.
                                   폴 틸리히는 성경을 문자주의(literalism)적으
                                 로 읽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대표적 신학자

                                 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고, 진지
                                 하게 받아들이려면 문자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사진 2.  신학의 거장 폴 틸리히
              (Paul Tillich, 1986~1965).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세 권짜리 저서 『조직

          신학』을 보면 ‘상징(symbol)’이라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십자가의 상

          징’, ‘천국의 상징’ 등등 십자가가 정말로 무엇을 뜻하는가, 천국이 정말로
          무슨 뜻인가 그 속살, 속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가 쓴 『믿음의 역
          동성』이라는 책 제2장을 보면 상징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합니다. 그 장 첫 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간의 궁극 관심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야만 한다. 상징적인 언어만
          이 궁극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Man’s ultimate concern must be

          expressed symbolically, because symbolic language alone is able to express the
          ultimate.)”

           여기서 ‘궁극 관심’이라는 것은 그가 말하는 ‘신앙(faith)’입니다. 신앙이
          란 본질적으로 상징적인 방법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 문
          장이 나온 다음 문단에서 상징(symbols)과 표지(signs)가 다 같이 “그 자체를

          넘어 다른 무엇을 가리킨다(point beyond themselves to something else).”라고

          했습니다. 상징이나 사인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고 그것들이 가리키
          는 너머에 있는 무엇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적 용어
          로 표월지標月指,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는 뜻입니다.

           문자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는 분으로 미국 성공회 존 셸비 스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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