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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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helby Spong) 신부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책 대부분은 문자주의에 대한 경고입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외친 셈이지요.

             이런 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책이 『성경을 근본주

             의로부터 구해내기』인데, 기독교가 살아남으려면
             문자주의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진 3.  미국 성공회 신부 존 셸비
             2016년에 「마태복음」 주석서로 쓴 책 『성경 문자주                    스퐁(John Shelby Spong).

             의: 이방인의 이단』이라는 책에서 기독교는 2천 년 가까이 성경을 문자적

             으로 읽느라 성경의 본의와 관계없이 헛다리를 짚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을 위해 쓰인 「마태복음」이 유대인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이른바 ‘미드라시(Midrash)’라는 유대인 기법으로 기술한 이야기인데,

             초대 교회에서 유대인들이 사라지고 이방인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느라 성경 저자의 종교적 메시지를 놓
             치고 엉뚱하게 문자적 뜻에 매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다가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울 때”라고 말하면 한국

             인은 그것이 오랜 옛날이라는 뜻으로 금방 알아듣지만,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 사람이 이 말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 한국에서는 호랑이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호랑이는 담뱃대로 피울까 궐련으로 피울까, 궐련으로 피운
             다면 하루에 몇 갑이나 피울까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것입니다.

               저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 성경뿐 아니라 모든 경전은 transformation
             (변혁)을 위한 것이지 information(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
             다. 역사적이나 과학적 정확성은 성경 저자들의 일차적 관심이 전혀 아니

             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이상스런 얼굴 그림은 인체 구조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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