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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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다비장에 타오르는 불꽃으로 마지막 무명을 밝히고 떠나시다.


             고 싶습니다.”하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월운 큰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한참 동안 물끄러미 소납을 보시

             더니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원택스님이 모르나 보네. 내 일만 하여

             도 시간이 없는데…. 성철 종정께서 마음을 내 하시는 번역 불사인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하시면서 무척 난감해하셨습니다. 소납은 묵묵히 고개
             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그래, 종정 큰스님 일이니 내 모른다 할

             수는 없고…, 그런데 원택스님, 나하고 약속 하나만 합시다. 원문은 두고

             가고 내가 번역을 다했다고 연락할 때까지는 내 방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고 말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소납은 마음속으로 번역을 허락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해서 “예, 예” 하고 봉선사를 떠나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림고경총서의 목록 중 번역이 끝난 원고들은 윤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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