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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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거쳐 한 권 한 권 책으로 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월운 큰스님 방
에서 물러나온 뒤 2년까지는 큰스님 당부대로 무심히 지냈는데, 2년이 지
나고부터는 마음이 슬슬 조여오는 듯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고
부터는 백련암에서 봉선사를 향해 고두삼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큰스님과 철석같이 약속을 했는데 전화를 드릴 수도 없고 아
는 스님을 통해 문안 인사라도 드려 슬쩍 진행 상황을 알아볼 수도 없고,
궁금한 마음만 꾹꾹 누르고 사는 시간이 힘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번역
을 부탁드린 지 3년이 다 되어 가니 “내 시간이 없어서 못 하였네” 하시면
어쩌지 하는 막다른 생각도 슬쩍슬쩍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연락
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원택스님이여, 원고 다 되었으니 봉선사 다녀가게.”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씀을 월운 큰스님께서 직접 전화로 해주시니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큰스님
을 찾아가 뵈었습니다.
“번역, 번역, 참 많이 해 봤지만 이번 『종용록』 번역은 참으로 힘들었네.
중국의 새로운 사자성어가 많아서 꽤 고생했어. 그래도 무사히 마쳐서 참
으로 다행이오.”
월운 큰스님의 자상한 말씀에 묵묵히 기다려 온 마음에 큰 위로를 받은
듯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큰스님께는 마음을 다해 깊은 감사의 삼
배를 드렸습니다.
『종용록』은 상·중·하 3권으로 1993년 5월 25일에 출간하였는데, 성철
종정 예하께서 그해 11월 4일에 열반에 드셨으니, 종정 예하 생전에 ‘선림
고경총서’ 37권의 완간을 보시고 열반에 드셔서 참으로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성철 종정 예하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도 월운 대강백 큰스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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