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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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때 생성되는 보편상과 의의의 세계는 높은 곳에 존재하는 관념이고,
             이것이 바로 관조능허경이 된다. 관조능허경은 인식 영역에서 도덕실천 영
             역으로 진입하는 중간 단계이고, 당군의가 전통 유학을 넘어서는 단계이

             기도 하다.

               “관조능허경은 세속생활의 경계와 초세속생활의 경계를 잇는 중간 경계
             이다. 인간의 순수 지식, 학술문화 생활이 주로 의탁하는 세계이다.” 당군
             의가 보기에, 논리이성이나 사변이성으로 보편상과 의의를 보는 관조능허

             경은 마음의 9단계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이전의 협애한 경

             험세계를 뛰어넘어 보편상과 의의를 관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부터 문
             자 언어, 문학, 예술, 수학, 논리 등 광대한 마음의 시야가 열리는 것이다.
             언어 문자로 표현되는 문학, 철학, 논리학, 수학 등은 보편적 상과 의의를

             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음악, 미술, 예술 등은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차이

             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드러나는 세계는 인간의 마음 활동에 의해서 표현
             된 것이어서, 당연히 이 마음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도덕실천경道德實踐境은 감각호섭경, 관조능허경과 같이 주관 경지에 속

             하지만,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감각호섭경은 자신의 감각 활

             동에 대한 이해이고 관조능허경은 자신의 지식 활동에 대한 이해이지만,
             그들은 대상이 변화하기를 구하지 않는다. 반면에 도덕 이성의 활동은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만큼 대상의 변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도덕을 실천

             하는 경지인 것이다. 도덕은 인간의 생명, 인간의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이 도덕적 마음은 외부 세계와 감통하였을 때 다양한 덕으로 표현되고,
             개인의 도덕적 마음인 동시에 인류 전체의 도덕적 마음이기도 하다. “도덕
             에 근본을 둔 인간의 양심, 일반적 도덕 관념, 윤리학 지식, 인간의 도덕

             행위, 도덕 인격의 형성 등 모든 것이 이 경에 근본을 둔다.” 주관 경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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