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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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궁극으로 도달하는 최종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 세계는 유학의 초
월적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이 초월적 경지는 기독교의 신, 불교의 아법
이공我法二空의 경지와 동일하게 경험을 넘어선 초주객관적인 것이다. 그
러나 이 천덕유행경은 일신교의 귀향일신경이나 불교의 아법이공경과는
다르다. “천덕유행경은 주관과 객관, 자연과 인간, 사물과 나를 통하여 주
객의 구분을 뛰어넘는다. 이 경은 진성입명경盡性立命境이라고도 한다.”
천덕유행경은 지금 이 자리에서 생명 존재와 현재 세계를 긍정하고 천
과 인, 주체와 객체, 사물과 나의 간격을 관통하여 주객의 대립을 융통시
켜 초주객관경지에 도달하는 지극한 도덕실천경이다. 초주객관경지는 인
류 마음 활동의 최고 활동 단계이고, 그중에서도 천덕유행경이 최고의 경
지이다. 유학의 천인합일天人合一 경지가 초주객관 경지의 천덕유행경인
것이다. 인간 정신 활동의 최고 단계로서 “첫 번째는 일신교의 경계, 두 번
째는 불교의 경계이며, 세 번째는 유학의 경계이다.”
‘9단계 마음이론’의 사회정치적 함의
당군의는 중국이 양무운동, 변법유신, 신해혁명, 5·4 문화혁명을 거치
면서 서양의 문화를 수용한 근대라는 시간은 서양정신과 문화에 주목하지
않고 다만 공리적 동기에서 서양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고 보았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중국의 정신과 생명은 비굴하게 변모하게 되었다는 것
이었다.
그는 ‘공리적 욕망’이야말로 중국의 정신문화를 천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중국과 서양의 문화
적 충돌을 심성론의 틀 속에서 해속하려고 노력하였고, 동양의 정신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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