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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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켈한 산에 오르면서 괴
테는 깊이 모를 기쁨을 느낍
니다. 하찮은 인간의 지혜가
아닌 인간을 초월한 커다란
대자연의 파동 같은 것을 온
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산
정상의 깊고 고요한 정적 속
에서 “위베르 알렌 깁페른 /
이스트 루”라는 첫 구절이 괴
테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
다.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시의 나머지 부분
사진 4. 인생의 덧없음을 절절하게 체험하게 하는 산길.
도 써내려갑니다. 순식간에
산 정상으로부터 깊은 가락이 괴테의 영혼을 관통하며 흘러나왔습니다.
괴테는 키켈한 산 정상에서 자신의 조그맣고 사적인 자아를 쉬게 해주
는 더 큰 자아가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시는 평범한 말 속에 무한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자연의 정신 혹은 우주의 정신이라
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 시는 후일 가장 순수한 독일 서정시로 평가
받게 되고, 1823년에는 슈베르트가 곡을 붙였습니다.
50년 후, 1831년(82세), 죽기 약 6개월 전에 괴테는 다시 오두막에 올랐
습니다. 그는 자신이 적은 시를 알아보고 마지막 구절을 되뇌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schweigen im Walde. / Warte nur, balde / Ruhest du 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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