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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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예찬


           절기상 입추가 지나면 곡식이 익어가고 열매에 살이 차오른다고 했습니

                            다. 이맘때 머루와 다래도 익어가고 으름나무 열매도

                            제법 살이 차올라서 결실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합니
                            다. 또한 사찰음식에서 놓칠 수 없는 산초열매도 향기
                            를 품고 여물어 가는 시기입니다.

                              사찰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초반에는 산초와 초

                            피의 구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경 윤필
                            암 도량 안에 산초와 초피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
                            았고, 열매와 잎을 현장에서 직접 비교해 보니 확연히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뭇잎 모양과 위치를 자세

                            히 보면 구분이 명확해 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4.  제철식재료 양하     산초는 주로 열매를 활용하고 초피는 잎을 활용하
              와 토종다래.
                            여 음식을 만듭니다. 산초는 『동의보감』에서는 진초秦
                            椒(분지)라고 불리고, 초피는 촉초蜀椒 또는 천초川椒라

                            고 불리며, 일반적으로는 제피라고 불립니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산초는 잎이 매끈한 반
                            면에 초피의 잎은 울퉁불퉁해 보입니다. 산초나무에는

                            가시가 아주 많고 가시마다 잎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산초는 가시가 어긋나고 초피는 가시가 마주한다
                            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산초는 열매에 씨앗이 터지
                            기 전에 채취하여 장아찌를 담가 먹거나 산초 씨앗으

          사진 5. 산초와 초피(제피).  로 기름을 짜서 활용합니다. 초피의 열매는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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