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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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활용하며 봄에 나는 여린 잎은 장아찌를 담거나 말려서 활용하기도 합
          니다. 이번에는 산초열매를 활용해서 장아찌 만드는 법을 배워보고 활용
          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식재료 ‘잣’ 이야기


           조선시대 음식법飮食法에 보면 빛 고운 흰 잣을 맑은 엿에 잠깐 졸여서

          네모진 그릇에 넣어 식힌 뒤 반듯하게 베어 쓰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잣박산을 만드는 법을 설명해 놓은 대목입니다. 솔방울처럼 생긴 커다란
          잣송이 안에 든 베이지 빛이 도는 씨알인데 오들오들하고 부드러우며 식
          감이 아주 좋습니다.

           다른 견과류처럼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편이라 깔끔하면서도 특유의 독특

          한 향과 풍미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견과류입니다. 가평에서
          4대째 잣을 채취하고 있는 분께 구입하고 있는데 채취하는 수고가 보통 어
          려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높은 나무에 올라 잣을 따는 일도

          어렵지만 씨알을 받아 내고 거피하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공양게에

          담겨 있는 감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깊게 와 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가던 선비가 잣 파는 가게 앞의 옷을 가리키고는 “이게 뭐요?”라고
          물으니 가게 주인이 “옷이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선비는 다시 잣을

          가리키고는 “이게 뭐요?”라고 묻자 주인이 “잣이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러자 선비가 대뜸 잣 한 줌을 막 주워 먹은 다음, 벽에 걸린 갓을 가리키며
          “이게 뭐요?”라고 물으니 가게 주인이 “갓이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 선비란 놈이 잣값은 내지도 않고 팔자걸음으로 느긋하게 밖

          으로 나가더랍니다. 화가 난 주인이 포졸들을 데려와 선비를 잡으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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