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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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는 왔구먼.” 하시더니 시자에게 “이 청
년에게 오늘 오계를 줄 터이니 삭발 준비를
하라.”고 명령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청년 이영주는 스님이 되리라고는 생각
도 하지 않고 올라왔는데 졸지에 큰스님의
명령에 따라 스님들에게 이끌려 삭발을 당
하고 말았습니다. 뭐라 항변할 겨를도 없
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큰스님께서 이르시는 대로 오계를 받고 입
고 있던 속복을 벗고 백련암에서 새 먹물
옷으로 갈아입으니 천생 스님이 되고 말았
습니다. 동산 큰스님은 그 자리에서 사미
계를 주시며 성철이라 부르며 “도를 이루
는 것은 간절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지
사진 8. 성철 사미의 모습. 금보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기를 바란다.”라
고 하셨습니다.
청년 이영주에게 성철이라는 법명을 주신 큰스님은 바로 용성진종 스님
을 은사로 출가하신 동산혜일東山慧日(1890~1965) 스님이셨습니다. 동산스
님은 범어사가 본사였는데 그때 마침 해인사 조실로 오셔서 백련암에 주
석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청년 이영주는 이렇게 순식간에 1936년 1월에 백
련암에서 삭발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삭발하고 먹물 옷을 입고 선방에
내려오니 모든 대중들이 눈을 휘둥그레 굴리며 “중은 안 된다고 고집 부리
더니 무슨 일이고?” 하며 웅성거렸습니다. 청년 이영주, 아니 사미 성철은
밤새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깨치는 길은 스님이 되는 길뿐이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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