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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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는 수좌들은 경 한 줄도 모르고 무
식하기 짝이 없어! 선방에 앉아만 있지
말고 내가 곧 일본으로 가려고 하는데 나
하고 일본 가서 학문적으로 불교를 공부
하여 대 석학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는 것
이야말로 자네에게 옳은 길이라 믿네. 나
하고 같이 일본 유학을 가세.”
범산 김법린 스님이 올 때마다 일본으
로 유학 가자고 졸라대서 마침내 한 말씀 사진 7. 동산혜일(1890~1965) 스님.
드렸다고 합니다.
“강주스님, 저는 화두를 깨쳐 견성성불하려고 해인사 선방에 왔습니더.
불학을 익혀 학승이 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리고 유학을 가는데 왜
절 돈으로 갑니까? 고향 부친께서 부농이시니 유학을 간다면 그 돈으로 가
지 절 돈으로는 유학 갈 생각이 없습니다.”
강주 김법린 스님과 유학 문제로 입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 가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백련암에 있는 스님이다. 마음을 깨치기 위해서라면
장발로 선방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이것이 너에게 주는 법명이니 잘 간
직해라.” 하고는 한 스님께서 표연히 뒤돌아가시는데 지금까지 다녀가신
스님들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 느껴졌습니다. 그 스님께서 던져 놓고 가신
종이를 펼치니 ‘성철性徹’이라는 법명이 쓰여 있었습니다.
며칠 뒤 방선시간에 물어 두었던 백련암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일주문
도 없는 암자로 입구에 원통전과 좌선실, 천태전과 영자당(당시 산신각)의 소
박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객스님에게 “선방에서 청년이 어른스
님을 찾아뵈려 왔다.”고 전해 주십사 하니, 큰스님이 나오시더니만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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