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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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마음을 정하고 출가시를 읊었습니다.
미천대업홍로설 彌天大業紅爐雪
과해웅기혁일로 跨海雄基赫日路
수인감사편시몽 誰人甘死片時夢
초연독보만고진 超然獨步萬古眞
하늘에 넘친 큰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 점 눈송이요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그 누가 잠깐의 꿈 속 세상에서 꿈을 꾸며 살다 죽어가라
만고의 진리를 향해 모든 것 다 버리고 나 홀로 걸어가노라.
용성스님의 입적과 성철스님의 오도송
동산스님은 3월에 성철 사미와 함께 해인사를 떠나 범어사에 주석하셨
습니다. 1936년 동산스님께서 47세 되던 해 11월 18일 용성 큰스님으로부
터 동국계맥으로 유명한 칠불계맥을 전수받아 전계사가 되는 큰 법요식이
펼쳐졌습니다. 성철 사미는 그 장엄한 장면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됩니다. 성
철 사미는 1937년 3월 24일 범어사에서 운봉화상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
하였고, 다음해 내원암에서 노스님이신 용성 대종사를 시봉하면서 하안거
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용성 대종사께서는 일제강점기에는 스님들을 스님이라 부르지 않고 일
본말로 센세이[先生]라고 호칭하였는데, 손자인 성철스님을 부를 때는 ‘성
철수좌’ 또는 ‘성철스님’이라고 늘 부르셨다고 합니다. 손상좌 성철 비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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