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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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다.”
           청년 이영주의 해인사 퇴설당 선방 첫 인상기입니다. 성철 종정 예하께
          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원주스님에게 안내되어 선방에 들어서니, 먼저 원주스님이 입승스님에

          게 주지스님의 뜻을 전한 듯 10여 명 대중 스님들의 기세가 잠잠하였제. 대
          중에게 삼배를 올리고 마련된 끝자리에 좌정을 하고 둘러보니 분위기가 풀
          어져 있는 모습들이어서 실망천만이었지. 해인사 선방에 들면 정진의 기

          세가 하늘을 찌를 듯 분기탱천한 모습을 볼 줄 알았는데 말이다. 며칠 지

          나면서 처음의 어색함이 좀 사라지길래 고참 수좌 스님에게 ‘지금 무슨 화
          두를 들고 정진하십니까?’라고 물으니, ‘화두? 조주라 카든가 개라 카든가
          아마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제. 그렇게 분위기를

          두루 살펴보니 화두를 들고 열심히 정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

          냥 막말로 화두고 뭐도 없이 흔들거리며 앉아 있기만 한 모습이었지.”


            동산스님께서 성철이라는 법명을 내리시다




           대중은 그런 수준이었고, 며칠 지나자 산중의 노스님들께서 “똑똑한 젊
          은 수좌가 새로 입방했다면서…. 내 상좌가 될랑가 싶어 와 봤어!” 하며 행
          렬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강주 소임을 맡은

          범산 김법린 스님이 찾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청년, 곧 삭발하고 스님이 되겠구먼. 내 고경 주지스님에게서 자네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다 들었네. 지금 선방에 앉아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겠
          지. 스님이 되면 강당으로 가서 한문도 익히고 5년이고 10년이고 여러 대

          승경전들을 공부하는 것이 학인스님의 본분 아니겠나. 지금 흔들거리고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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