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P. 23
니 ‘조주무자趙州無字’니 하는 것은 다 손에 든 부채입니다. 눈에 드러난 것
은 부채일 뿐입니다. 부채 본 사람은 신선 본 사람이 아닙니다. 빨간 부채
를 보고서 신선 보았다고 하면 그 말을 믿어서야 되겠습니까?
이뭐꼬 화두를 참구할 때 조심할 점
‘이뭐꼬’ 화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대부분 ‘이뭐꼬’ 화두를 든다고 하면 그저 “이것이 무엇인고, 이것이 무
엇인고?” 이렇게 하는데,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으면, “이것이 무엇인고?”
하면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앉아 있는 식이 되어버립니다. 이러다 보면 한
곳에만 마음을 두고 그 고요함에 빠져버리는 폐단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뭐꼬’라는 화두 자체가 경계가 되어 “내가 지금 들여다보고 있는 이것이 무
엇인고?” 하는 병폐가 따라붙습니다.
또 어떤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보고 듣고 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하기도
하는데, 이러면 그저 보고 듣고 하는 경계를 따라서 “이것이 무엇이냐?” 하
면서 마음이 산만해지는 병폐가 또 생깁니다.
그래서 ‘이뭐꼬’를 할 때는 이 병폐 저 병폐를 없애기 위해 예전 조사스
님들은 이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고?”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 그러면 이것이 무엇인
고?”
이렇게 해야 들여다볼 수도 없고 경계에 따라서 이리저리 따라갈 수도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