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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字’ 화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흔히 “무자無字, 없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면서 의심을 하는데, 무자 화두할 때는 그냥 “무자無字, 없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지 말고, “조주스님이 없다[無]고 했는데 어째서 없다[無]고

             했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화두의 근본정신입니다.

               무자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을 하는데, 그중에 흔한 이야기가 “모든
             것에는 불성이 다 있는데 조주스님은 어째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 했는
             가?” 하면 의심 나기가 쉽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하면 상대

             적인 유무有無의 수준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이것이 있다 없다, 불성이 있

             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부처님은 불성이 있다 하셨
             는데 왜 조주스님은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나, 하는 유무 상대의 개념이
             세워집니다.

               하지만 조주 무자에 대해서 예전부터 스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무有無의 무無도 아니고 진무眞無의 무無도 아니다.”



               있다·없다의 없음도 아니고 참 없음의 없음도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있는데 조주스님은 왜 개에게는 없다 그
             랬는가?” 이러면 화두가 깨져 버립니다. “어째서 없다[無]고 했는가?” 이
             렇게 할 때 “있음과 없음[有無]의 없음[無]이 아니다!” 이러면 이 화두가 깨

             져 버린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유무有無를 떠나서, 조주스님이 분명히 없

             다고 했는데 어째서 없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조주가 없
             다고 한 이유를 모르니, 어떻게 했든지 “어째서 없다고 했는가?” “어째서
             없다고 했는가?” 그렇게 자꾸 해 나가야지, 그 없다[無]의 뜻이 무엇인가,

             하면서 자꾸 분석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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