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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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급하거나 너무 느긋하지 않게


           그런데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화두를 아주 조급하게 밀면 좀 되는 것

          같고 허술하게 밀면 안 되는 것 같고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마음이 조급해지고, 이러다 보면 나중에는 공부가 문제가 아
          니라 머리가 아픈 병도 생겨서 아무 것도 안 되고 맙니다. 거문고 줄을 너
          무 조이면 팽팽해서 제 소리가 안 나는 법이고, 또 너무 풀면 느슨해서 소

          리가 안 나는 법입니다. 그러니 너무 급하게도 하지 말고 너무 느리게도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조주가 어째서 무라 했는가?” 하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잘 안 된다고 자꾸 어째서, 어째서, 하면서 성급하게 하다 보면 상기병上
          氣病이 생겨서 고생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서두르다 병 생긴다고 너무 느

          슨하게 하면 자꾸 마음이 가라앉아 공부가 안 되고 맙니다. 그러니 너무 급
          하게도 하지 말고 너무 느리게도 하지 말고 거문고 줄 고르듯이  “어째서
          없다[無]고 했는가?”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화두 참구는 생각하고 의심하는 것이지 외우는 게 아닙니다. 너무 급하

          게도 생각하지 말고 너무 느리게도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야 합니
          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좀 어렵긴 하지만 자꾸 해 보면 요령이 생깁니
          다. 화두는 외우는 것이 아니고 어째서 없다[無]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

          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성철스님 화두참선법』(장경각, 2016)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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