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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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게 되는 것입니다. 한 20년 ‘이뭐꼬’ 화두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더러
          봤습니다. 자꾸만 보고 듣고 하는 이것은 무엇인고, 하고 따라다니다 보니
          마음이 산만해지고 결국 안 되는 것입니다.

           “보고 듣고 하는 이것이 무엇이냐?” 하더라도 ‘이것’만 바로 알면 마음이

          나 물건이나 부처도 무엇인지 바로 알 수가 있는데,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
          해서 병폐를 얻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뭐꼬’ 하다가 막히는 사람이
          찾아오면 ‘이뭐꼬’를 아주 버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병폐가 깊이 든 사람

          에게는 아예 버리라고 하고 완전히 다른 화두를 가르쳐 주지만, 화두 좀 들

          었다 싶은 사람에게는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이냐?” 그렇게 알려주면 좀 달라지곤 합니다.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화두도 그렇습니다.
           “부모한테 몸 받기 전에는 과연 내가 뭐였던가?” 그렇게 하는데 그냥

          “뭐였던가?” 이러는 것보다 “부모한테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나의 본래

          면목인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예전 조사스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
          면 “어떤 것이 나의 본래면목인가[如何是 余本來面目]?” 이렇게 하셨습니다.
           육조스님도 도명道明스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마라. 바로 이러한 때에 어떤
              것이 너의 본래면목인가?”



           이때에도 ‘본래면목’을 묻는 것이 아니라 ‘여하시’를 출발점으로 삼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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