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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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삼에 의하면, 칸트가 현상과 물 자체의 ‘초월적 구분’을 확립할 수
          없었던 근본적 원인은 인간에게 ‘지적 직각’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
          문이다. 그에 반해 모종삼이 『기신론』의 ‘일심개이문’의 구조를 중시한 것

          은 여래장 자성청정심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고, 지의 직각이 인간에게

          있음을 자각하였기 때문이다. “칸트의 문제는 그가 인간의 실천이성을 강
          조하지만, 인간에게 지의 직각이 있음을 긍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칸트
          는 인간이 『기신론』에서 긍정하는 ‘여래장 자성청정심’, 또는 왕양명이 말하

          는 ‘양지良知’ 의미의 심, 심지어 육상산이 맹자의 말에 근거해서 했던 ‘본심’

          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이 진상심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칸트가 말한 ‘자유’ 등의 사상은 단지 가설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드러낼 방법이 없다.”

           모종삼은 불교식의 청정심, 유학의 양지·본심 등을 일체로 동일하게

          보았고, 이것이 『대승기신론』이 현대신유학의 모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라고 할 것이다. 칸트 철학은 ‘지의 직각’을 신에게 귀결하는 동시에 인
          간에게 ‘자유의지’가 있음을 천명하지만, 자유의지는 가설일 뿐이어서 인

          간의 직각 중에 구체적으로 나타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칸트에서 실천

          이성의 중요한 활동인 도덕 활동은 타율적이 될 뿐 아니라 도덕 실천에
          자족적인 동력이 결핍되어 진정한 도덕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와 상반되
          게 『대승기신론』은 실천적인 길을 통해 인간이 본래 여래장 자성청정심

          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는 유학에서 실천을 통해 양심, 또는 본

          심의 존재를 긍정한 것과 같다. 이를 통해 『대승기신론』은 인간에게 지의
          직각이 있음을 인정한다. 이 점이 바로 서양 철학과의 결정적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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