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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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본성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바로
유학의 심성 본체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형이상
학을 지지하는 또 다른 근거를 제기해 주는 이
론이었기 때문이다. 도덕적 형이상학이 성립하
기 위해서는 유학과 같이 천도, 즉 우주계와 하
나로 통하는 본성, 또는 본심 개념이 반드시 필
요하고, 여기에서 중국불교의 본성인 불성佛性,
또는 진상심眞常心과 연관될 매개가 찾아지는
것이다.
사진 1. 모종삼牟宗三(1909~1995).
실제로 모종삼은 도덕적 형이상학이 서양 철
학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동양만의 특성이라고 보고, 이를 중시하였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물론 ‘심성’ 개념과 관련된다.
“이 중 성체性體는 관건이 되며 가장 특출한 개념이다. 서양에는 이
런 관념이 없어서 도덕과 종교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도덕과 형이
상학도 하나가 되지 못한다. … 서양철학에서도 ‘실체實體(Reality)’
를 말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대체로 러셀과 플라톤처럼 지식론
에서 시작하거나, 화이트헤드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우주론에서
시작하고, 하이데거와 훗설처럼 본체론(존재론)에서 시작하거나, 베
르그송과 모르간처럼 생물학에서 시작한다.
또는 듀이와 실러처럼 실용주의(Pragmatism)에서 시작하거나, 스피
노자와 라이프니츠, 데카르트처럼 독단적이고 순전히 분석적인 형
이상학에서 시작한다. 어떤 경우에도 유학에서 도덕 실천의 근거
이자 도덕을 창조하는 성체의 관념으로 실체, 존재, 또는 본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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