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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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는 일원적 경향성과 다원적 경향성 모두의 뿌리 역할을 한다.
부파불교의 대표적인 부파인 유부有部와 상좌부上座部는 모두 마음의 다원
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과 심소를 구분하고, 심을 89가지
로 구분하는 것은 마음의 다원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유식불교는
부파불교적 경향성을 이어받으면서 팔식八識이라는 마음의 구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다원적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다원적 구분은 부파불교와 유식
불교 모두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다원성을 강조하
는 흐름에서는 마음이 발생하는 모습(jati)과 마음이 머무는 장소(bhūmi)에
따라서 마음을 다원적으로 구분한다. 또한 마음을 육식六識, 칠식七識, 팔
식八識으로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은 종류와 영역에 따라서 다
양한 앎이 존재하고, 마음의 이러한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다원성
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이와 달리 일원성을 강조하는 흐름에서는, 마음은 생멸하는 무아성 또
는 무실체성을 가지므로 마음은 공성空性, 불이성不二性, 무자성無自性을 가
진다고 한다. 인도 대승불교 중 중관불교는 일원적 경향성을 대표한다. 반
야를 중시하는 초기 대승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성은
선불교로 이어진다. 궁극적 차원에서의 마음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반
야般若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실세계를 긍정하기 위해서, 중관불교는 이
제二諦 즉 두 가지 진리(theory of two truths)라는 구조로 마음의 일원성을 보
완하고 있다.
중관불교에서 공空은 궁극적 차원의 실재를 설명하므로, 현실세계를 설
명하기 위해서 이제의 구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선불교에 이르면 마음의
일원성은 더욱 강조된다. 선불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궁극적 실재와 현실
적 실재가 동일하다는 차원까지 나아간다. 즉심시불卽心是佛, 평상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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