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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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胡蝶夢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장자(기원전 369?~기원전 286)의 호접몽
이 생각납니다. 장자는 가난한 동네의 막다른 골목에서 짚신이나 짜면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관직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살아간 사람입니다. 3)
어느 날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가 되어
스스로 유쾌하고 만족스러워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어엿한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겠노라. 4)
장자는 자신이 나비였던 꿈을 꾸었는데 깨고 나니 자신이 나비였던 것
을 꿈꾸었던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이 사람이라고 지금 꿈꾸고 있는 나비
인지 헷갈린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상상
인지 결정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장자는 호접몽을 통해 자기가 장주가
아니라 나비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 즉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입
니다. 여기서 ‘의심한다’라는 말은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보르헤스(1899~1986)는 장자의 이 은유를 가장 훌륭한 은유라고 말했습
3) 『莊子』, 雜篇 列禦寇.
4) 『莊子』, 內篇 齊物論 : “昔者莊周夢爲胡蝶,栩栩然胡蝶也,自喩適志與!不知周也.俄然覺,則蘧蘧然
周也.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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