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P. 132

사진 4. 정성으로 마련한 성반.



          림하는 장면을, 중단에는 아귀에게 시식施食 의식을 행하는 장면을, 하단

          에는 현실 속 갖가지 재난災難의 장면을 묘사하였습니다.

           특히 이 감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귀들과 시식단의 모습입니
          다. 화면 중앙의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두 아귀는 천도받아야 할 고혼孤
          魂을 상징적으로 나타냈습니다. 오른편에는 감로를 받기 위해 발우를 들이

          대고 아우성을 치는 작은 아귀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 위로는 떡, 과일,

          흰 쌀 등의 각종 공양물과 향완, 촛대, 등잔 등 기물로 화려하게 장엄한 시
          식단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식단이 실제로 차려진 제단이 아니라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걸개그림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공양물을 올릴

          수 없는 곳이거나 그림으로써 실제 공양물을 대신할 수 있는 의식에 적용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감로도는 수륙재와 같은 영혼 천도의식을 가시화한 그림 기록입니다.

          또한 감로도는 이야기와 교훈이 담겨 있는 불화이기도 합니다. 감로도의



          130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