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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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8가지 식’을 12개의 게송으로 압축한 현장스님의 『팔식규구』 게송을 풀
          이하고 있는데, 그 사상적 근거를 감산스님과 지욱스님의 주해에 두고 있
          다. 특히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은 감산스님의 주석을 위주로 한 법문이

          다. 그렇다면 성철스님은 『팔식규구』에 대한 많은 주석서 가운데, 무엇 때

          문에 감산스님의 주석인 『팔식규구통설』을 위주로 법문했을까?
           감산스님은 명대明代를 대표하는 선 수행자이자 교학의 일인자였다. 성
          철스님도 근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 수행자이자 교학의 일인자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두 분은 참선 수행자로서 많은 저작을 남겼다. 그리고 성

          철스님이 스스로 “감산스님과 지욱스님의 주해를 위주로 했습니다.”라고
          법문한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신의 유식에 대한 사상적 접점을 감산스님에
          게서 발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성철스님은 감산스님과 지욱스님의 주석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인 입장을 개진한다. 예를 들면 감산스님은 전오식에 대한 주석인 오식
          송五識頌 제3 게송에서 “여전히 불과위(부처님의 경지)에서도 스스로 진여를
          증득하지 못한다(果中猶自不詮眞).”의 ‘전詮’을 “진여무상의 도리를 친히 조건

                                       으로  삼지  못한다(不能親緣眞如無相理).”

                                       라고 하여 ‘전詮’을 ‘조건[緣]’으로 주석하
                                       고, 지욱스님은 『팔식규구직해八識規矩
                                       直解』에서 “진여의 체성을 스스로 친히

                                       증득할  수  없다(自不能親證眞如體性).”라

                                       고  하여  ‘전詮’을  ‘증證’으로  주석한다.
                                       그리고 『팔식규구보주증의』와 『팔식규
                                       구찬석』에서는 ‘전詮’을 ‘구具’라고 주석
          사진 2.  감산덕청憨山德清(1546~1623) 선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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