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P. 75
반면 성철스님은 “오히려 스스로 진여를 설명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전詮’을 ‘설명하다’라고 하여 단순히 글자의 의미대로 해석하는데, 독자들
의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즉 성
철스님의 이러한 번역은 사부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다. 이처럼 성철스님은 감산스님의 주석을 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독자
적인 입장을 개진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성철스님의 8가지 식에 대한
해설이 감산스님의 『팔식규구통설』을 토대로 한 것임을 구체적으로 밝히
고, 이어 성철스님의 독자적인 입장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오식송·육식송
오식송(전오식)과 육식송(제6 의식)에 대한 성철스님의 법문과 감산스님의
주석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오식송 제1 게송에서 성철스님은
전오식의 작용에 대해 ‘분별이 없다’는 매우 압축적인 말로 법문하고, 분별
은 제6 의식의 작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산스님도 전오식의 특징을 직
접 지각하며, 분별하지 않고, 언어를 띠지 않고, 헤아리는 마음이 없는 현
량現量이라고 정의하는데, 성철스님의 법문 내용과 동일하다.
또한 제1구 중의 “전오식은 세 가지 성품에 통한다(通三性)”에 대해 감산
스님은 전오식이 삼성 모두와 통하는 이유를 “전오식의 본체(성품)는 항상
[恒]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세심하고 집요하게[審] 작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
문”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전오식은 “삼성 모두와 통한다(三性皆通).”라고
하여, ‘모두[皆]’를 삽입하여 주석하는데, 성철스님도 “전5식의 활동 영역이
선·악·무기의 삼성에 두루(모두) 통하는 것을 말합니다.”라고 하여, 감산
스님의 주석을 바탕으로 법문하고 있다.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