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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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추고 있다고 하면서, 분별아집은 생공관生空觀에 들어가 칠신위七信位(十
          信 중에 7번째 수행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분별아집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
          고 분별법집은 법공관을 닦아 삼현위三賢位(十住·十行·十廻向)를 거쳐 초지

          (환희지)의 초심에 이르면 비로소 끊어지지만, 구생아집과 구생법집은 여전

          히 활동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7 원행지에 이르면 제6 의식은 구생아집
          과 구생법집을 영원히 제압하여 활동을 멈추게 함으로써 순수하게 청정한
          무루지를 얻는다(묘관찰지)고 한다. 또한 제6 의식과 함께 작용하는 51개의

          심소도 동일하게 전변하여 묘관찰지를 이룬다고 주석한다.(제3 게송)

           이상과 같이 성철스님은 감산스님의 『팔식규구통설』을 바탕으로 전오식
          과 제6 의식에 대해 법문하지만, 감산스님의 주석을 압축하거나 핵심 용
          어를 선택하여 아주 명료하게 법문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것은 결국 성철

          스님이 감산스님의 주석을 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입장을 개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성철스님은 감산스님의 주석을 단순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논거를 강화하기 위해 감산스
          님의 주석을 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에 나타난 팔

          식설뿐만 아니라, 특히 ‘전오식·제6 의식’을 중심으로 고찰한 연구는 국
          내 학계에서 전무하다. 게다가 이 글은 현장스님의 『팔식규구』에 대한 주
          석인 감산스님의 『팔식규구통설』을 중심으로 지욱스님의 『팔식규구직해』,

          진가스님의 『팔식규구송해』, 명욱스님의 『팔식규구보주증의』 등의 다른 주

          석서를 비교·고찰하였기에, 전오식과 제6 의식에 대한 각 주석서의 해석
          차이를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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