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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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제2구(眼耳身三二地居)에 대해, 전오식은 욕계의 오취잡거지五趣雜
居地(지옥·아귀·축생·인간·천계)에서는 모두 작용하지만, 색계의 초선인
이생희락지離生喜樂地에서는 설식과 비식은 작용하지 않고, 안식·이식·
비식만이 작용한다고 법문한다. 다시 말해 이생희락지에서는 선열禪悅(수
행의 즐거움)을 음식으로 삼기 때문에 단식段食(씹어서 먹는 것)을 먹지 않고,
이처럼 설식을 떠나 있으므로 음식을 받지 않고, 냄새를 맡을 수 없으므로
[不聞] 비식은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 성철스님은 전오식과 함께
작용하는 심소법 34가지에 대해 간단하게 법문하는데(제3구·제4구), 심소
법에 대해서는 이미 법문했기 때문에 생략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서 성철스님은 제2 게송 1구에서 전오식이 의지하는 오근에 대해 법
문하면서 정색근淨色根을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색근’이라고 정의하는데, 필
자는 부진근 안쪽의 깊은 곳에 있는 ‘정근正根’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
리고 성철스님은 정색근의 존재 근거를 중음신 및 어두운 곳에서 보는 것
은 정상적인 눈을 가진 사람과 맹인의 차이가 없다는 예를 들고 있다. 제2
구에서는 전오식이 생기는 조건[緣]에 대해 법문하는데, 전오식 중에서 안
식은 9가지, 이식은 8가지, 비식·설식·신식의 3가지 식은 7가지 조건으
로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제6 의식은 5가지, 제7 말나식은 3가지, 제8 아
뢰야식은 4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작용한다고 법문한다.
또한 성철스님은 게송 중(제2 게송 제3구)에 나오는 ‘관진세觀塵世’를 ‘세상
을 관하다’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팔식규구약설』의 “관은 지각, 진은 대
상”, 즉 ‘대상을 지각하다’라는 주석을 참조하여 해석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필자는 지욱스님의 “관이란 능연의 견분이다. 진세란 소연의 상
분이다.”라는 주석이 의미상 적절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전오식의 전식득
지(제3 게송)에 대해 성철스님은 “전오식이 전변하여 성소작지成所作智로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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