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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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것이 아니라 직접 수행에 임하고 있는 출가수행자들 중에도 그렇게 말
             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알고 이해하는 일만 가지고
             는 사람이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문지해를 내려놓는 실천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경전을 결집하는 현장에서 아난존자가 축출당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난존자가 부처님의 말씀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진짜 법은 모르기 때문에 결집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쫓겨난 아난존자는 최고의 분발심을 내어 좌선과 경행을 하며 진리와 상
             응하는 자리에 이르고자 한다. 그때 아난존자는 깊은 수행을 하다가 너무

             피곤하여 잠시 눕고자 하여 몸을 눕히려 했는데, 그 순간 머리가 목침에 닿

             기도 전에 환하게 깨닫게 된다.
               아난존자의 축출과 깨달음은 여러 율장에도 그 기록이 두루 전한다. 역
             사적으로 그러한 사건이 분명히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아난존자의 축출사

             건은 참선과 불교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해 보

             아야 한다. 당시 아난존자가 실천한 좌선과 경행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원래 아난존자의 문제점은 다문지해에 있었고 그래서 결집장에서 쫓겨났
             다. 그렇다면 그 쫓겨난 뒤의 수행은 다문지해를 내려놓는 실천을 내용으

             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 특히 머리가 목침에 닿기 전에 환하게 깨달았다고

             하는데 그 1초가 될까 말까 하는 시간은 참선수행을 이끌던 최소의 의도마
             저 사라진 순간이었다. 무심의 극치였던 것이다.
               요컨대 참선은 언어도단, 비사량처의 무심을 바르게 실천하는 실참과

             구경의 무심을 실경계로 체험하는 실오 이외의 군더더기를 모두 쳐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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