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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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해도 다라니를 해도 생각이 떨어져 나가 주체로서의 나도 없고 대상으
로서의 부처도 없는 자리에 이르러야 한다. 그래서 다라니 중에서도 길고
어려운 ‘대불정능엄신주’를 염송하도록 했다.
참선은 말할 것도 없다. 성철선에서는 통과해야 할 3단계 관문이 있다.
분별의식이 사라져 좌선을 하거나 움직이거나 간에 화두가 변함이 없게 되
었다고 해도(동정일여) 아직 멀었다. 꿈속에 화두가 한결같아도(몽중일여) 아
직 멀었다. 꿈조차 없는 잠 속에서 화두가 한결같아도(숙면일여) 도달점은
아니다. 아직 한 겹 뚫고 지나야 할 관문이 더 남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자세로 참선에 임해야 그 한결같음을 성취하고 앞으로 나아
가 관문들을 뚫고 지나 우주법계 이대로 대광명인 차원에 나아갈 수 있겠
는가?
가장 우선적으로 그 실천이 매일, 매 순간 실천되는 것이라야 한다. 1년
365일, 100년 36,500일 끊어짐 없이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사론』
에서는 이것을 네 가지로 나누어 말하기도 한다. 복덕과 지혜가 완전무결
해질 때까지 닦아야 한다. 이것을 ‘남김 없는 닦음[無餘修]’이라고 부른다.
설사 그 닦음이 3아승지겁을 지난다 해도 게으름 없이 닦아야 한다. 이것
을 ‘오랜 시간의 닦음[長時修]’라고 부른다. 한 찰나, 한 순간이라도 끊어짐
없이 닦아야 한다. 한 폭의 천과 같이 쭉 이어지는 닦음이라야 한다. 이것
을 ‘끊어짐 없는 닦음[無間修]’이라 한다. 자기의 성취를 자랑하는 일 없이
오로지 진리에 맡기는 마음으로 닦아야 한다. 이것을 ‘진리를 존중하는 닦
음[尊重修]’이라고 부른다.
분별의 딱지들로 이루어진 껍질을 깨는 일 역시 그래야 한다. 남김없이,
오랜 시간을 두고, 끊어짐 없이, 자아의 깃대를 꺾고 진리에 귀순하는 마
음으로 스스로의 껍질을 깨야 한다. 이렇게 거듭하여 스스로의 껍질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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