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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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육조스님은 “홍인스님의 회상에서 한 번의 가르침을 듣고 말
          끝에 바로 깨달아 진여본성을 단번에 보게 되었다.” 아마 그 가르침은 “머
          무는 바 없이 그 생각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금강경』의 바로 그 구

          절이거나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직후 전법가사가 일개 행

          자였던 혜능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스님들이 일종의 추
          격단을 꾸려 육조스님을 뒤쫓는다.
           그중 걸음이 빨랐던-아마 도를 구하는 마음도 간절했으리라-혜명상좌가

          대유령에서 육조스님을 따라잡는다. 그리고 육조스님의 한마디 말끝에 바로

          깨닫는다.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이때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 면목인가?” 혜명상좌가 이 말끝에 바로 깨닫는다. 선의 역사에 기록된
          빛나는 장면들은 거의 이와 같다. 그러니까 말끝에 깨닫는 이 일이야말로 선

          의 근본이다. 뛰어난 선지식이 나타나 명쾌하게 법을 설해 준다면 바로 깨달

          을 수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 전제가 하나 있다. 당사자에게 쌓인 간절함의 총량이다. 육
                                                         조스님은  홀어머

                                                         니를 남겨두고 멀

                                                         고  먼  여정을  걸
                                                         어 스승을 찾아갔
                                                         다.  깨달음에  대

                                                         한 간절함이 없었

                                                         다면  그  시대의
                                                         정서상  홀어머니
                                                         를  혼자  두고  고

          사진 1. 오조사 오조홍인 진신전.                            향을  떠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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