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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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는 ‘부처님께 밥값 했다’고 하셨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백일법문』이
밥값하신 것이다. 『백일법문』은 누구나 보기 쉽게 부처님의 깨달음을 경전
과 선어록을 회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누구든지 『백일법문』 상권만 읽어 중
도연기를 이해하면 팔만대장경을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세계 최고의 불교
입문서다.”라고 강조하셨다.
2021년 83세에 열반에 드시다
그 무렵 스님은 80세가 되어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때 말씀하시
기를 “부처님께서도 80세까지 활동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나도 이제 은
퇴해야지.” 하셨다. 스님은 늘 『금강경』, 『육조단경』, 『서장』, 『선요』를 선지
식으로 삼아 정진하라고 하셨다.
필자는 스님이 떠나시기 전에 그동안 들은 법문에 보답하는 뜻으로 『태
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어의운하)이라는 법문집을 펴내어 2020년에 세
상에 내놓았다.
한번은 필자가 찾아가서 문안 인사를 드리고 스님께 “스님 건강을 염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뭐라고 전할까요?” 하고 여쭈니 “폐병에 걸려서 죽
으려고 절에 왔다가 불교를 만나 정말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오늘 당
장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습니다. 종단이 좀 걱정되지만, 나는 행복하게
잘 살다 갑니다. 누가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하세
요.” 이것이 마지막 법문이고 임종게가 되었다.
2021년 8월 하순의 어느 날 아침, 스님께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몸에 열
이 났다. 맏상좌 중산스님과 철산스님이 경주 동국대 병원으로 모셨다. 이
소식을 듣고 법연스님, 혜국스님, 영진스님, 원타스님 등 수좌스님들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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