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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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 참알參謁과 작가作家


               이후 영묵의 권고에 따라 남전보원南泉普願을 참알하게 되었다. 『조당집』

             에서는 남전의 회상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기에서 싣고 있다.



                  (남전선사가 말하였다.) “오늘 귀종歸宗을 위하여 제齋를 지내는데, 귀
                  종이 오겠는가?” 대중이 대답이 없자 양개가 나와서 예배하고, “선

                  사께서 다시 물어주십시오.”라고 하자 남전선사가 바로 물었고, 양

                  개는 “도반道伴이 있다면, 바로 올 것입니다.”라고 하자 남전 선사
                  가 뛰어 내려가 등을 어루만지면서 “비록 후배이지만 조탁彫啄의
                  본분本分을 갖추고 있구나.”라고 하자 양개는 “양민을 억압하여 노

                                                5)
                  비로 만들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이 문답에서 남전이 양개에게 “조탁의 본분을 갖추고 있다.”라고 한 것
             은 ‘조탁동시彫啄同時’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려고 할 때 안에서 쪼는 것을 ‘조彫’라고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알

             을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니, 남전의 말은 자신의 법을 전수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양개는 이를 거절하고 있다. 이로부
             터 양개는 천하에 이름이 널리 퍼져 ‘작가作家’라고 칭하였다고 한다.  여기
                                                                      6)
             에서 작가는 감히 남전의 전법을 거절하고 스스로 법을 탐구한 일에 대한

             영예로운 칭호라 하겠다. 이후 창조적인 글을 쓰는 이들을 ‘작가’라고 칭하


             5)  앞의 책(補遺編25, 415b-416a), “今日為歸宗設齋, 歸宗還來也無? 眾無對. 師出來禮拜云: 請師徵起.
               南泉便問, 師對曰: 待有伴則來. 南泉䞞跳下來, 撫背云: 雖是後生, 敢有彫啄之分. 師曰: 莫壓良
               為賤.”
             6) 앞의 책(補遺編25, 416a), “因此名播天下, 呼為作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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