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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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반 고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고
                  캄캄한 숲속에서 헤매고 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던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4)



               중세의 사람들은 인생은 여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행 가운데서도 하
             느님과 천국을 향한 순례로 생각했습니다. 이 시는 단테가 35세가 되던 해
             로부터 시작됩니다. ‘인생길 반 고비’란 사람의 자연 수명을 70세로 본 성

             경의 기록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5)
               35세가 되던 해(1300)에 단테는 피렌체를 다스리는 여섯 명의 최고위원
             인 프리오레로 선출되었습니다. 득의양양하던 그때 단테는 쾌락에 얽혀들
             고 온갖 음모에 휘말려 순수한 세계를 잊고 죄와 죽음의 캄캄한 숲에서 헤

             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거기에서부터 단테는 하느님과 천국을 향

             한 순례를 시작합니다.
               첫 6행은 읽는 사람에게 지옥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인간적 구성과 시
             적 상징이 운율 속에서 빛납니다. 우리는 그 운율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

             견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단테가 되어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매달리

             고, 배우고, 마침내 빛에 다가갑니다. 비록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제정



             4) 단테, 『神曲』, 지옥편 제1곡.
             5)  『시편』 90: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
               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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