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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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신을 차리고 부끄러움으로 겸허해진다면, 죄 역시 은혜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백두대간의 산맥은 끝없이 이어지고 하늘은 한없이 높습니다.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휘날립니다. 여행 가방을 챙기는 순간은 언제나 여행에서
         가슴 떨리는 첫 순간입니다. 도시에서 멀어져 백두대간 기슭에 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한없이 기뻤습니다. 붉게 물드는 단풍을 보면 일순 어떤 깨

         달음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갑니다.
           돌아보면 수많은 날이 흘러갔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억지로 되는 건 없
         었던 것 같습니다. 다 저절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절로 새싹 나고, 단풍

         들고, 낙엽 지고 그리고 그 위로 세월이 흘러갔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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