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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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하였다.
                                          차를 마시는 다도茶道가 선禪의 생
                                        활, 선의 경지와 같다고 하여 다선일

                                        여茶禪一如, 선다일여禪茶一如 혹은 다

                                        선일미茶禪一味,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표현을 쓴다. 정성스럽게 마련된 차
                                        를 위해 물을 끓이고, 우려내어 한 잔

                                        의 차에 최대한 집중하여 마시는 전

                                        과정이 선과 같은 차원에 있다는 뜻이
          사진 3. 채엽한 찻잎.
                                        다. 고려시대의 문인이자 유명한 차
          인인 이규보李奎報(1169∼1241)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차 한 사발

          은 곧 참선의 시작이라네[一甌卽是參禪始].”라고 한 다시茶詩의 문구에서도

          다선일여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설잠雪岑 김시습金時習(1435~1493)은 차의 대가로 한
          국 차문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차나무를 직접 키우고, 차를 만

          들어 지인들과 나누는 것을 즐겼고, 돌샘의 물을 길어 작설雀舌과 용봉단

          차龍鳳團茶 마시는 것을 마음의 위로로 삼으며 살았다. 그리고 차를 통하여
          초탈의 경지에 이르는 모습을 보인다.



            장안사長安寺

           松檜陰中古道場    소나무 전나무 우거진 옛 도량에
           我來剝啄叩禪房    내가 와서 똑똑 선방을 두드리네.
           老僧入定白雲鎖    늙은 중은 선정에 들고 흰 구름만 잠겼는데

           野鶴移棲清韻長    들판 학 옮겨와 깃드니 맑은 운치 그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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