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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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제다 교육.                      사진 7. 완성된 녹차.



          들어갔다. 관음전 뒤뜰에서 차를 한 잔 우려 마시며 봄 풍경을 감상하고 있

          노라니 무척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선
          가 짚풀을 물어와 처마밑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바삐 오가기를 수십,
          수백 차례가 되었을까. 새는 자기의 터전을 완성하였다.

           “새들은 스스로 집을 짓고 사는구나!” 하는 깨달음과 동시에 스님의 승

          복이며 다구와 책 등 사용하는 모든 것들 중에 스스로 손수 만든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것이 차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로는 전력을 다하여 차 만들기에 열중하게 되었다. 제다製茶에 관련된

          고문헌을 연구하고 차의 본질을 찾아가는 일에 매진하였다. 차가 약으로

          사용되는 이치에 따라 한의서도 함께 보게 되었다.

              “우리 녹차의 제다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맑은 차로 잘 익혀 내

              야 한다는 점입니다. 덜 익힌 차는 풋내가 나고 몸 안에서도 강하

              게 작용하고, 반면 너무 많이 익히게 되면 구수함을 넘어 탄맛에
              거슬리게 됩니다. 밥을 짓는 것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쉽지요.
              밥이 설익으면 생쌀맛이 나면서 식감도 좋지 않죠. 먹으면 속이 더

              부룩하고 불편하지요. 반대로 잘 지은 밥은 일단 구미가 당기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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