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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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리의 저쪽은 저 언덕, 피안彼岸이다.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는 일은 수행 이외의 다른 것이 될 수 없
다. 그래서 이 다리는 수행의 원리를 보여주는 현장이 된다. 대승의 수행
은 낮은 속계를 벗어나 성계聖界에 높이 올랐다가 다시 낮은 속계로 내려오
는 길을 걷는다. 많은 사찰의 다리가 무지개 형태를 취한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일반적인 사찰의 무지개다리는 다리 아래의 무지개가 하나다.
건너야 하는 계곡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보물로 지정된 여수 흥국사
의 홍교虹橋나 선암사의 승선교昇仙橋, 건봉사의 능파교凌波橋 등이 당장 그
렇다. 그런데 통도사 삼성반월교는 다리 아래의 무지개가 셋이다. 그 계곡
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반월교가 세워지기 전에도 그 자리에는 무지개다리가 있었다.
무지개가 하나였던 이 다리를 철거하고 세 개의 무지개로 이루어진 다리
를 새로 축조한 것이다.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자 한 스님의 뜻이 반
영된 결과다. 그것이 삼성반월三星半月이라는 다리의 이름에서 확인된다.
삼성반월교는 세 개의 별[三星]과 하나의 달[半月]이라는 뜻으로서 마음
심[心]자를 파자한 것이다. 이 다리가 물에 비친 그림자를 상상해 본다면
더 좋겠다. 물속에 거꾸로 비친 그
림자로 보면 다리 아래의 무지개
공간은 세 점이 되고 그것을 둥그
런 통행로가 받치고 있다. 그렇게
하여 이 다리는 마음 심[心]자의 형
상을 직접 보여준다. 이 다리를 건
너면서 차별과 집착을 내용으로
하는 중생의 마음을 뒤로 하고 지 사진 1. 통도사 삼성반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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